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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뭔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날. 오늘이 나에게는 그런 날이었다. 하루 종일 비는 오고, 모든 일의 결과가 안좋게 나타나는..
항상 기회가 되면 초록섬에 가서 잠시 관찰을 하다가 가는데, 오늘은 왠지 그것도 내키지 않아서 그냥 휙 보고 지나치려고 했다. 그런데, 자주달개비 아래에서 새로 나오고 있는 잎들이 눈에 띄었다. 최근 주민들이 초록섬의 풀을 벨 때 사라진 줄만 알았던 그 풀이 다시 잎사귀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기존의 줄기는 칼로 자른 것처럼 깔끔하게 잘려 있었다. 그러나 그 잘린 줄기의 사이에서 새로운 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불과 몇 일만에 이렇게 새로운 잎이 나오다니 놀랍다. 이제 나는 이 풀의 이름을 '쭉쭉이풀'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쭉쭉 잘 자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 때였다. 쭉쭉이풀을 관찰하고 일어서려는데,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생물이 바로 내 눈 앞에, 그것도 사진찍기 아주 좋은 포즈를 취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달팽이였다. 비가 오는 날이면 꼭 달팽이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동안 단 한번도 초록섬에서 달팽이를 보지 못했었다. 초록섬에는 빈 달팽이 껍질이 종종 보여서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바로 오늘 달팽이를 만나게 될 줄이야.
오늘 달팽이를 만난 것은, 힘든 하루를 잘 버틴 나에게 주는 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그만큼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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