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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기/보도블럭 틈새 생물 관찰기

<보도블럭 틈새의 식물들> (25화) 2023년 7월 11일

by 토종자라 2023.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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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깊은 숲 속에서 자라는 풀들을 보고 뜬금 없이 "잡초가 많이 자랐으니 뽑아야 한다"며, 제초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보도 근처에서 자라는 풀들은 일단 인간의 영역 안에 들어와 있다. 그래서 보는 눈이 많다. 보는 눈이 많다는 것은, 그 중에 이 풀들을 불쾌하게 바라보는 눈도 있고, 신기하게 바라보는 눈도 있다는 의미이다. 나도 만일 이 풀들이 우리 동네 길가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면, 불쾌하게 바라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저 출퇴근 길에만 이 곳을 오가는 사람이다 보니 이 풀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일 수 있다.

 최근 초록섬의 풀들이 초토화된 이후, 뿌리채 뽑힌 자주달개비들은 서서히 분해되어 다시 초록섬의 일부가 되고 있다. 정말 이번에는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쓰러진 줄기들 사이로 자주달개비 잎이 새로 나오고 있었다. 이들의 생명력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7월 초가 되자, 이제 민들레 꽃은 보이지 않고 초록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강아지풀이다. 처음엔 연두색이었던 강아지풀들은 짙은 녹색으로 변하더니, 이제는 붉은 빛을 띄고 있다. 그 아래에는 작은 키 덕분에 인간의 손길을 피한 괭이밥들이 숨죽이고 힘을 모으고 있다.

 이번주에는 내내 비가 내린다고 한다. 초록섬의 식물들이 세찬 비를 잘 견디고 아름다운 꽃과 결실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