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환경부는 소똥구리 50마리에 5,000만원을 지급한다는 공고를 냈다. 1마리당 100만원에 달하는 돈이다. 왜냐? 1970년대 이전에는 농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소똥구리가 멸종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 공고를 보고 수많은 제보가 접수되었다. 하지만 결국 진짜 소똥구리는 한 한마리도 발견되지 않았고, 환경부에서는 사실상 소똥구리가 우리나라에서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환경부의 공고를 보고 자신이 소똥구리를 발견했다고 제보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소똥구리가 아니라 바로 이 보라금풍뎅이였다. 왜냐? 나와 같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소똥구리와 보라금풍뎅이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둘은 겉모습만 닮은 것이 아니다. 소똥구리처럼 이 보라금풍뎅이들도 똥을 먹고 살아간다. 똥을 모아 그 안에 알을 낳고, 애벌래는 똥 속에서 깨어나 똥을 먹으며 자라난다. 광택이 예쁘다고 해서 함부로 만지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마치 보석처럼 반짝이는 보라금풍뎅이의 광택을 보고 있으면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이렇게 껍질이 반짝거리면 포식자들의 눈에 너무 잘 띄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놀랍게도 곤충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연에서는 반짝거리는 껍질이 오히려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실제로 자연에서 비슷한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 비가 오는 날, 숲 속에서 축축하게 젖은 야생동물의 배설물을 발견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한참을 보다보니 그 배설물들 사이에 보라금풍뎅이가 적어도 5마리는 있는 것이 아닌가? 의외로 보라금풍뎅이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기 때문에 잘 체감할 수 없지만, 동글동글한 야생동물의 똥이 비를 맞으면, 약간의 광택을 낸다. 바위, 돌, 자갈, 나무껍질, 나뭇잎 등의 대부분의 자연물들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의 상식과는 달리, 자연에서는 반짝거리는 겉모습을 갖는 것이 오히려 포식자들의 눈에 띄지 않는 전략일 수도 있는 것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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