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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이야기/연체동물

달팽이에 관한 민담, "달팽이 각시" 이야기

by 토종자라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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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바닥을 기어가고 있는 달팽이
가까이서 찍은 달팽이의 모습, 껍질이 표범무늬를 닮았다.

 비오는 날이면 가끔 출근길에 달팽이를 만날 수 있다. 맑은 날이나 햇빛이 강한 날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친구들인데, 비만 오면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길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달팽이의 가장 독특한 특징이라고 한다면 회오리 모양으로 생긴 껍질이다. 달팽이는 이 껍질을 마치 자신의 집처럼 사용한다. 껍질에 들어가서 몸을 숨기는 달팽이의 특성은 다양한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의 민담 중 하나인 "달팽이 각시" 이야기이다. "우렁이 각시" 이야기와 제목만 다르지 거의 비슷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달팽이 각시 이야기에는 수많은 버전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이다.

 

1. 달팽이 각시 이야기 줄거리

 옛날 옛적에 어떤 마을에 노총각이 혼자 살고 있었다. 하루는 노총각이 논에서 일을 하다가, 자신의 답답한 처지를 한탄하며 "이 농사를 지어봤자 누구랑 나눠먹나?" 라고 말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나하고 나눠먹지 누구랑 나눠먹어?" 라는 말이 들렸다. 그러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은 없었고, 노총각 앞에는 달팽이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노총각은 달팽이를 이상하게 여겨 집으로 가져가서는 물 웅덩이에 놓아두었다.

 

 그런데 다음 날, 노총각이 논에서 일을 하고 돌아와보니, 신기하게도 방에는 밥상이 차려져 있고, 마당도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었으며, 누가 빨래까지 해놓은 것이 아닌가? 지금이야 주변의 CCTV를 돌려보면 누가 그랬는지 알 수 있겠지만, 그 당시에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하루는 노총각이 일을 가는 척을 하고 집 밖에 나간 뒤, 일을 하러 가지 않고 자기 집 마당을 몰래 지켜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달팽이 껍질에서 사람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노총각이 달려가서 그 사람을 붙잡으니, 아주 아름다운(?) 처녀가 깜짝 놀라 노총각을 쳐다보았다.

 

 노총각은 한 눈에 각시에게 반했고, 그 때부터 각시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일도 나가지 않고 각시와 붙어 있는 날이 있었고, 나무를 하러 가면 꼭 각시를 데리고 가서 곁에 세워두고 나무를 했다.

 노총각의 집착에 지친 각시는 자기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주었고, 노총각은 각시 대신에 그 그림을 가지고 일터로 갔다. 그리고는 중간 중간 쉬는 시간마다 각시 얼굴이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일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무에 각시의 그림을 걸어두고 일을 하던 중 바람이 불어 그림이 휙 날라가버렸다. 그림은 궁궐까지 날아가 왕의 눈 앞에 떡 하니 떨어지고 말았다. 각시의 뛰어난 외모에 반한 왕은 "어서 이 여자를 잡아와라~" 라고 어명을 내렸다.

 왕의 군사들은 나라 안을 샅샅히 뒤졌고, 마침내 그림과 똑같이 생긴 달팽이 각시를 찾는 데 성공했다. 왕은 흡족해하며 각시를 자신의 부인으로 삼았다.

 

 하지만 각시는 왕 앞에서 한번도 웃지 않고 항상 침울한 표정이었다. 이를 본 왕은 "무엇이 불만이길래 당최 웃지를 않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각시가 "이 나라에 거지들을 싸그리 모아 잔치를 몇 번 열어주면 안되겠소?"라고 되묻는 것이 아닌가. 왕은 "그까짓꺼 잔치를 열어주지~"라고 답했다.

 그래서 그 때부터 수일간 거지들을 위한 잔치가 궁궐 앞마당에서 열리게 되었는데, 어느 날은 아주 처량하게 옷을 입은 거지 한명이 터벅터벅 궁궐로 걸어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각시는 한 눈에 그 거지가 자신과 함께 살던 그 노총각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꾀를 내었다.

 

 "하하하~ 저 꼴을 좀 봐라~" 노총각을 가리키며 각시가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를 본 왕은 "아니, 저 모습이 그렇게 웃긴 것인가? 내가 저 거지 옷을 입어봐야겠다!" 라며 거지의 옷을 뺏어 입고 각시 앞에 섰다. 그런데 그 때, 벼락같이 큰 목소리로 각시가 소리를 쳤다. "여봐라~ 저 거지옷을 입은 놈을 끌어내라~"라고 말이다.

 영문을 모르는 신하들이 거지옷을 입은 왕을 궁궐 밖으로 내쫒는 동안, 각시는 재빨리 왕이 벗어둔 비단옷을 노총각에게 입혔다. 원래 왕은 쫒겨나 버리고, 순식간에 노총각이 왕이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현명한 달팽이 각시 덕분에 노총각은 왕이 되고, 그 이후로 그 둘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2. 나가며

 

 이 이야기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달팽이가 여자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달팽이는 자웅동체, 즉 암수가 한 몸이므로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다. 물론 이것은 내 생각일 뿐, 옛날 사람들에게 그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비 오는 날, 길거리에서 달팽이를 본다면 혹시 모르니 조심스레 나뭇잎에다 달팽이를 올려 집으로 가져가보자. 물론 달팽이 껍질에서 사람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참고 자료>

 

작자 미상의 달팽이 각시

▣ 이해와 감상 '달팽이 각시'설화는 일명 '나중미부(螺中美婦)'설화라고도 한다. 그리고 '관탈민녀형설화'...

blog.naver.com

 

달팽이 각시

달팽이 각시 어떤 사람이, 논에 물을 보러 가니까, 삽으로 논수멍을 콱 찍으면서, "이 농사를 져다 누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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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각시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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