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해설사 교육을 받을 때, 자연환경해설의 원칙이나 근본을 분명히 학습하였다. 그러나 3년, 4년.. 시간이 지날수록 그 내용은 잊혀지고, 주변에서 자연환경해설에 관한 이런 저런 말들을 많이 듣다보니 기억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자연환경 해설을 듣다보면 뮤지컬 배우같은 해설사, 대학교 교수님같은 해설사, 푸근한 동네 할머니 같은 해설사, 회사 사장님 같은 해설가 등등 정말 수많은 종류의 해설가를 만나게 된다.
과연 자연환경해설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해설을 잘 하는 것인가? 동식물 동정법과 학명을 잘 외워서 알려주기만 하면 해설을 잘 하는 것일까? 일본자연공원협회에서 발간하고 한국산림휴양학회가 번역한 <숲과 자연환경 해설 안내>(2001년 출판) 라는 책을 읽은 뒤 책의 내용과 내가 평소에 느낀 바를 함께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자연환경해설이란 무엇인가?
-자연환경해설의 본질은 해설의 목적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자연환경해설이란 참여자들에게 자연의 원리와 가치를 전달함으로써 자연을 소중히 여기도록 만드는 행위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자연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가? 왜 자연을 함부러 대하면 안되는가? 여기에 대해 해설가들의 생각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인간은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곧 인류의 멸망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연환경해설'은 '동식물 이름 발표회'가 아니다. 자연환경해설은 참여자들이 자연과 사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기를 수 있도록 설계된 체험과정이다. 동식물의 이름은 해설의 소재이지, 해설 그 자체가 아니다. 주제에 따라서는 동식물 이름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 해설도 있다. 동식물의 이름을 알려주고 넘어가는 방식으로 해설을 할 것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OO지역의 동식물 동정법 강의'라고 이름 짓는 것이 맞다. 또한, 자연환경해설은 해설가 개인이 갖고 있는 자연에 관한 추억을 늘어놓는 자리도 아니다. 개인적인 추억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그 해설의 질이 크게 높아지지만, 자신의 옛날이야기만 장황하게 늘어놓다보면 탐방객들은 이것이 대체 누구를 위한 해설인지 헷갈리기 시작할 것이다.
2. 자연환경해설사는 누구인가?
-자연환경해설사는 설명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중개자이자 통역자이다. 일본의 옛날 이야기 중에 가난한 남자가 동물에게 선행을 베푼 사례로 참새의 지저귀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모자를 선물받아, 딸의 생명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해설사는 참여자들에게 잘 들리는 모자를 씌워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참여자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중개하는 중개자이자 통역자이다.
-참여자들이 가진 자연에 대해 어떤 인식이 어떻게 변하는지, 자연 속에서의 경험을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게 느꼈는지의 여부는 해설사의 해설 능력에 달려있다. 해설사가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자연을 지키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3. 자연환경해설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해설사는 자연환경해설의 주인공이 아니라 조력자, 촉진자, 보조자이다. 자연환경해설의 주인공은 자연과 참가자이다. 끝까지 해설가가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해설은 좋은 해설이 아니다. 또한, 박학다식하여 청산유수로 자신의 지식을 끝까지 늘어놓는 해설사도 좋은 해설사가 아니다. 지식이 풍부한 것은 좋지만 거기서 끝나면 결코 좋은 해설사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처음에는 해설사의 설명이 많을 수 있겠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참가자가 직접 자연을 느끼고 자연과 대화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4. 자연환경해설의 내용은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
(1) 일부가 아닌 전체를 먼저 다루자.
-등산로를 쭉 걸어서 올라가면서 이건 무슨 꽃, 이건 무슨 나무, 저 새는 무슨 새.. 이렇게 진행하는 해설은 좋은 해설일까? 해설사가 똑똑해보이기는 하겠지만, 참여자들에게는 별로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해설사가 참 똑똑하더라는 것 정도만 기억할 것이다.
-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먼저 설명하고, 세부적인 부품에 대해 설명해야 이해하기가 쉽다. 이처럼 자연도 거시적으로 먼저 바라본 다음 생물들의 특징과 상관관계에 대해 다루는 것이 좋다.
(2) 듣거나 읽은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한 것을 이야기하라.
-"엄나무의 가시는 매우 예리하다고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제가 직접 찔려봤는데 흉터가 남았습니다. 여기를 보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잘 전달된다.
(3) 해설 내용에는 주제와 기승전결, 주연과 조연이 있어야 한다.
-영화를 봤는데, 영화에 주연이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기승전결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영화가 재미있기는 힘들다. 해설도 마찬가지이다. 고사리가 주인공이라면 이끼, 물, 바위, 소나무는 조연이다. 도롱뇽이 주인공이라면 계곡, 곤충, 개구리은 조연이다.
-신갈나무에 대해 해설한다고 해보자. 신갈나무
(4) 참여자들이 답하기 좋은 질문을 해라.
-대뜸 나무를 가리키며 이 나무는 무슨 나무인지 물어보면 거기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숙련된 해설사들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다보면 사람들은 입을 닫아버린다. 잘 모르더라도 자신만의 답을 낼 수 있는 질문들, 다음 질문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는 질문을 던지자. 예컨데, "청설모는 자신이 숨긴 도토리를 모두 찾아먹을 수 있을까요?", "이 나무는 몇 살일 것 같으신가요?", "왜 이 나무는 이 곳에 혼자 자라고 있을까요?" 같은 질문 말이다.
(5) 마무리를 할 때는 중요한 생각거리를 던져라
-"A는 B입니다!" 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되는 해설은 2% 부족한 해설이다. "A가 과연 B일까요?" 라는 물음표를 남기며 참여자들에게 생각거리를 남겨주는 해설이 좋은 해설이다. 참여자들이 자연 속에서 얻은 생각거리를 일상으로 가지고 가야 그들의 일상이 바뀌기 때문이다. "인간이 더 이상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멧돼지들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구온난화 때문에 집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떤 변명을 할 수 있을까요?" 등등 말이다.
(6) 참여자들이 직접 느끼도록 만들어라.
-자연에 대한 이야기들은 책을 보면 훨씬 잘 정리되어 있다. 유튜브에도 해설과 관련한 영상이 수없이 많다. 책보고 유튜브 보면 되지, 왜 사람들이 자연을 찾아 왔겠는가? 현장에서 자연환경해설을 진행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직접 자연을 체험하는 일이다.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할 경우 체험을 먼저하고 설명은 나중에 하는 것이 좋다.
-예컨데, 인간이 육식을 하는 것이 환경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또, 축산업계에서 동물들을 기르는 방식이 매우 끔찍하다는 것도 이미 각종 미디어에서 많이 보도되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100번 듣는 것보다, 직접 돼지를 길러보고 돼지들이 얼마나 똑똑하고 감정이 풍부한 동물인지 깨닫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직접 기르지 못한다면 돼지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지내고 있는 농장에 가서 돼지들을 관찰하는 것도 좋다.
(7) 희귀종이나 유용한 생물에 대한 해설은 자제하라.
-"이 식물은 매우 희귀합니다." "이 식물은 무릎에 좋습니다." 같은 해설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런 이야기가 퍼지면 우리는 다시 그 식물을 해설 장소에서 볼 수 없을 것이다. 해설의 주제는 그 지역에 있는 일반적인 생물종 중에서 정하는 것이 좋다. 희귀한 생물에 대해 해설을 해야 한다면 그 생물이 사는 곳을 알려주지 말고 사진 등으로 대체하자.
(8) 우리들의 일상과 연결된 이야기를 해라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관련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당장 나 자신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예컨데, 다 큰 나무와 어린 나무의 이야기를 할 때,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와 연결지어 이야기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 해설을 진행할 당시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으로부터 연결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좋다.
(9) 생각거리를 남기며 해설을 마무리해라.
-해설이 해설로만 끝난다면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다. 참여자들이 실제로 자신의 삶에서 이전보다 친환경적인 방식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 자연환경해설의 목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해설을 듣고 왔는데 "일회용품을 마음대로 써도 괜찮겠다.", "인간 마음대로 자연을 개발해도 보다 괜찮겠네.","산에 가면 내 유용한 식물들이 많으니 마음대로 채취해서 팔아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막연하게 "자연은 좋은 것이다."라는 메시지만 전달하다보면 "자연은 좋은 것이니 인간이 마음대로 이용해도 좋다."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해설의 말미에는 참여자들이 일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생각거리를 던지는 것이 좋다. "멧돼지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한 것일까요? 아니면 인간이 그들의 영역을 침범한 것일까요?", "해수면이 더욱 상승해서 태평양의 섬들이 물에 잠기게 되면, 그 난민들에게 변명할 수 있을까요?", "수족관에 갖힌 돌고래는 정말 행복할까요?" 등을 예시로 들 수 있겠다.
5. 자연환경해설사는 어떤 태도로 해설을 진행해야 하는가?
(1) 참가자의 개성에 맞는 해설을 해야 한다.
-아이, 가족, 부부, 노인, 장애인, 등산객 등등 사람들은 저마다 자연에 대한 흥미와 궁금증, 해설에 참여하는 동기가 제각각이다. 따라서 참여자들의 눈높이에서 해설을 진행해야 한다.
(2) 가르치지 말고 터득시켜라.
-해설가는 선생님이 아니다. 선생님은 자연이다. 해설가는 참여자들보다 자연에 대해 조금 더 아는 것일 뿐, 함께 자연을 깨닫는 여행길에 올랐다는 것은 똑같다.
(3)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라
-참여자들은 해설가보다 삶의 경험이 풍부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자연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더 풍부할 수도 있다. 또,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참여자들은 각각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개성을 갖고 있다. 예컨데 제피나무에 대해 해설을 할 때, 참여자들에게 그 나무에 관해 자신들이 알고 있는 바를 이야기하도록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설의 내용은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
(4) 앞장 서서 걸어라
(5) 참여자들의 행동이나 말에 대해 적절히 반응하라.
(6) 해설사부터 솔선수범해라.
(7) 침묵을 활용하라
(8) 유머를 활용하라.
(9) 불편한 해설을 다시 듣고 싶은 사람은 없다.
(10) 인간의 감각을 최대한 다양하게 활용하라.
(11) 해설도 결국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다.
6. 자연환경해설사는 사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1) 참여자들보다 최소 15분 일찍 해설 장소로 가자.
(2) 프로그램 계획표를 준비하자.
(3) 적절한 교구재를 준비하거나 현장에 있는 자연물을 파악하자.
(4) 응급구호물품, 유의사항 안내를 준비하자.
(4) 참여자들에 대해 사전에 파악하자.
(5) 중간 중간 해설을 할 장소를 미리 정하자.
(6) 사전 답사는 필수이다.
(10) 해설사의 복장을 단정히 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길러라.
7. 자연환경해설사의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1) 자연을 직접 느끼는 경험을 쌓아라.
(2) 독서를 꾸준히 해라.
(3)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만들어라.
(4) 자신만의 지역을 정하고 수시로 답사를 떠나라.
-어떤 한 지역의 식생에 대해 최소한 1년 4계절을 꾸준히 관찰해야 깊이 있는 해설을 할 수 있다. 물론 5년, 10년, 20년 관찰을 한다면 해설할 내용이 더 많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해설사가 한 지역의 물푸레 나무 군락을 선택한 뒤 20년간 무슨 일이 생겼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기록해왔다고 하자. 아마도 그는 물푸레나무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풍부한 해설 소재를 갖고 있을 것이다.
(5) 공원 주변의 맛집, 교통편, 숙박시설, 관광지 등에 대한 정보도 숙지하라.
(6) 말을 잘하는 방법을 연구하라.
(7)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8) 사회성을 길러라
-세상에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9) 다양한 자연 체험방법에 대해 연구하라.
-숲에 있는 나무들의 다양성을 이야기할 때, 그림과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이 팀을 짠 뒤 등산로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나뭇잎을 최대한 많이 모으는 놀이를 진행할 수도 있다.
-숲과 도시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참여자들에게 눈을 감고 가만히 소리를 들어보게 한 뒤, 몇 종류의 소리를 들었는지 물어볼 수 있다.
-숲에서 살았던 조상들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들이 사용했던 물건을 직접 구해와서 만져보고, 착용해보고, 사용해보도록 할 수 있다.
-나무가 만들어내는 산소발생량을 설명하고자 할 때, 정확한 수치로 이야기하는 방법도 있지만 참여자 네 사람씩 짝을 지어 나무 하나를 껴안거나 둘러싸보라고 하는 방법이 있다. 나무 한 그루는 성인 3~4명이 하루 동안 필요로 하는 산소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자연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에 대한 해설을 진행한 뒤, 참여자들의 등 뒤에 여러가지 생물들의 사진을 붙여둔 뒤 참여자들끼리 서로의 등 뒤에 있는 생물을 알아맞추게 하는 놀이를 진행할 수 있다.
-아파트 공사 때문에 말라버린 개울물에 방치된 개구리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도록 할 수 있다. 개구리는 피부호흡을 하기 때문에
(10) 문화재 해설, 자연 해설 등 다양한 해설을 찾아 듣고 장점을 취하라.
(11) 해설 분야에서 자신만의 목표를 만들어라.
(12) 물음표(?)를 항상 품고 세상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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