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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이야기/무환자나무과

돛단배 같은 열매를 키우며 산다는 것, <모감주나무> Koelreuteria paniculata Laxm.

by 토종자라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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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주 나무 열매가 열린 모양, 윤기가 난다.
(좌) 모감주나무 전체 모습 (우) 모감주나무 잎
열매를 까보면, 돛단배에 검은 구술이 실려 있다.
떠내려가는 모감주나무 열매

-분류: Magnoliophyta 피자식물문 > Magnoliopsida 목련강 > Sapindales 무환자나무목 > Sapindaceae 무환자나무과 > Koelreuteria 모감주나무속

 

부모가 자식을 키워서 떠나보내듯, 나무도 열매를 만들어 멀리 떠나보낸다.

 

어떤 나무는 맛있는 열매를 만들어서 동물에게 먹히게 만든다.

어떤 나무는 갈고리처럼 생긴 열매를 만들어서 동물의 털에 잘 붙도록 한다.

또 어떤 나무는 열매를 아주 가볍게 만들어서 바람에 날려가도록 한다.

그리고, 모감주나무는 마치 돛단배처럼 생긴 열매를 만들어 물에 쉽게 떠내려가도록 한다.

 

다른 열매들 중에도 물에 뜨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내가 본 열매 중에 모감주나무 열매처럼 잘 떠내려가는 것은 없었다.

 

돛단배처럼 생긴 열매가 강물에 떠내려 가다가 바위 틈에 끼어버릴 수도 있다.

그것도 그 열매의 운명이다.

다른 열매는 잘 흘러가다 폭포를 만나 산산히 부숴질 수도 있다.

그것 역시 그 열매의 운명이다.

다행히 어떤 열매는 비옥한 육지를 만나 싹을 틔우고 거목으로 자라날 수도 있다.

그것도 마찬가지로 그 열매의 운명이다.

 

나도 부모님 곁을 떠나, 아무 연고가 없는 새로운 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초호화 요트를 타고 오지는 못했고, 강물에 떠내려가는 모감주나무 열매처럼 작은 돛단배를 타고 왔다.

 

이 곳에서 싹을 틔우지 못하고 어느 바위틈에서 썪어갈 수도 있을 것이고,

운좋게 한 자리를 찾아 싹을 틔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무엇이 되었던 간에, 그 모든 고난들은 내가 헤쳐나가야 할 나의 운명이다.

아니, 운명이라기보단 내가 책임져야할 것들이다.

 

최근 서울의 홍제천에 자전거를 탔다가 우연히 모감주 나무를 보게 되었다.

원래 그러면 안되는데, 열매를 따서 물에 띄워보냈다.

그리고 떠내려가는 모감주나무 열매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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