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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이야기/마디풀과

호랑이는 사라졌지만 <범꼬리>는 남았다 Bistorta officinalis subsp. japonica (H. Hara) Yonek.

by 토종자라 2023.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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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Magnoliophyta 피자식물문 > Magnoliopsida 목련강 > Polygonales 마디풀목 > Polygonaceae 마디풀과 > Bistorta 범꼬리속

 

 범꼬리는 전국의 높은 산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그런데 이 풀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우리나라의 호랑이 문화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범꼬리가 곧 '호랑이 꼬리'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을 다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호랑이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감정이 딱 양가감정이다. 호랑이를 미친듯이 미워하면서도 동시에 미친듯이 사랑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서 호랑이가 살기 좋은 환경이었는데, 문제는 호랑이가 매우 강한 동물이었다는 것이다. 그냥 강한 것이 아니라 사람 1~2명은 아주 손쉽게 죽일 수 있을 만큼 강한 동물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호랑이가 없기 때문에 잘 실감이 나지 않지만, 조선시대에 한국에 왔던 외국인들이 썼던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호랑이에 대해 가진 공포는 실로 엄청났다. 1894년부터 3년간 한국, 일본, 중국을 여행했던 영국의 여행가이자 지리학자였던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이렇게 썼다. “조선은 정말 호랑이가 많은 나라이다. … 조선에서는 1년의 반은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 문상 다니고, 반은 호랑이 사냥을 다닌다는 중국속담이 있을 정도다.” 라고 말이다.

 

 이 정도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니, 사람들이 호랑이를 싫어할 만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생의 대부분을 호랑이와 함께 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호랑이 두건인 "호건"을 씌워서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이들에게 호랑이가 나오는 전래동화를 들려주었다. 결혼할 때는 신부가 타는 가마에 호랑이 가죽이나 호랑이가 그려진 담요를 얹었다. 부유한 사람들은 잠을 잘 때도 호랑이 무늬가 새겨진 베개를 베고 잤고, 강원도에서는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들은 따로 호식총이라는 무덤을 만들어 장례를 치뤘다. 다른 지역에서도 상여를 호랑이 모양의 꼭두로 장식했다.

 호랑이는 우리나라 자연에서 멸종했지만, 20세기 이후에도 호랑이의 이미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처럼 여겨졌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호돌이",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는 "수호랑"이 대표 마스코트였다. 2023년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마스코트는 호랑이인 "새버미"이다. 지자체나 단체들에도 호랑이 마스코트가 많다. 강원도 태백시의 마스코트도 "태붐이"라는 호랑이이며,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은 아예 호랑이에게 축구공을 던져주고 대표팀의 마스코트로 삼았다. 그 뿐인가? 학교 다닐 때, 무서운 선생님이 있으면 대부분 별명이 호랑이 선생님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산에 갈 때 호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아니, 호랑이가 이 산에 살았다는 사실 자체도 점점 잊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문화 곳곳에는 호랑이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숲에는 호랑이의 꼬리를 닮아서 이름 붙여진 "범꼬리"들이 매년 피어나고 있다. 

(좌) 호건,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우) 기산풍속도 중 '시집가는모양'
(좌) 호랑이를 탄 선비 꼭두, 영천역사박물관 (우) 호돌이 저금통, 울산박물관 소장
(좌) 2023년 새만큼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마스코트 새버미, (우) 태백시 마스코트 태붐이
2023.6.20. 태백산국립공원
2023.6.8. 태백산국립공원
2023.6.20. 태백산국립공원
2023.6.14. 태백산국립공원

<참고자료>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species.nibr.go.kr

 

전국박물관소장품통합검색

박물관소장품통합검색, 오늘의 인기소장품, 이뮤지엄스토리, 나도큐레이터 제공.

www.emuseum.go.kr

 

[풀꽃이름] 범꼬리 / 임소영

풀꽃이름

www.hani.co.kr

 

호랑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ncykorea.aks.ac.kr

 

꽃이야기… 범꼬리 - 건치신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

www.gunchinews.com

 

풀베개 : 인터넷식물도감 - 범꼬리속(범의꼬리속) 식물의 동정

아직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범의꼬리속(Brostota)가 독립되어있지만 대부분의 자료가 여뀌속, 마디풀속과 함께 마디풀속으로 통햅되어있습니다. http://wildgreen.co.kr/class/88100 참조 이상태검색집의

wildgreen.co.kr

 

평생 자신과 갈등하며 여행한 사람, 이사벨라 버드 | 예스24 채널예스

세상의 일부 사람들은 나이 든 여자는 가치 없다고 말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각자에게는 각자의 페이스가 따로 있는 법, 나이와 상관없이 나를 찾아, 내 길을 찾아 갈 때 나 역시 이사벨라 언니

ch.yes24.com

 

강규형의 동물 이야기 ② / 호랑이 이야기 1부  - 미래한국 Weekly

호랑이. 이 고양이과 초대형 맹수는 한국인과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아무르 표범에서 얘기했듯이 세상에 한국호랑이라는 종은 없다. 한국을 제외한 세상의 어떤 호랑이 전문 서적에서도 한국호

www.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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