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식물 이야기/가지과

한국인의 소울채소 <고추>에 관한 민속 Capsicum annuum L.

by 토종자라 2022. 7. 27.
728x90

동네 텃밭에 심어진 고추, (강원도 태백시, 2022)
고추나무 꽃

-분류: Magnoliophyta 피자식물문 > Magnoliopsida 목련강 > Solanales 가지목 > Solanaceae 가지과 > Capsicum 고추속

 

여름철에 아파트 주변을 걷다보면 화단마다 다양한 작물(?)들이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래는 조경용 식물을 심어두었을텐데, 어느샌가 어르신들이 가지, 고추, 오이, 호박, 상추 등등 다양한 작물을 심어버린 것이다. 아예 큰 화분을 사서 고추를 빼곡하게 심은 뒤 고추화분을 화단 경계에 둘러친 경우도 많다. 어르신들이 보기에는 꽃을 심는 것보다 그런 작물들을 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일로 보였을 것이다.
아무튼, 고추를 보다 보니 고추에 관한 민속에는 무엇이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져서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1. "고추" 라는 이름의 유래
-고추라는 이름은 "고초(苦椒)"에서 온 것이다. 즉, 매운맛을 내는 초(椒)라는 의미이다. 그 근거로, 16세기에 만들어진 <훈몽자회(1527년)>에는 "椒"의 한글 표기를 "고쵸"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이 학설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훈몽자회에 등장하는 고쵸는 지금의 고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초(椒) 종류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고추라는 이름 자체는 "고초(苦椒)"에서 온 것이라는 데에 별 이견이 없는 것 같다.

2. 고추를 끼운 '금줄'
-예로부터 집에 아기가 태어나면 왼새끼로 새끼를 꼬아 여러가지 상징적인 물건을 꽂은 뒤, 삼칠일(21일) 동안 집 대문 등에 걸어두는 풍습이 있었다. 악귀나 기타 사악한 기운이 집에 들어오지 말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걸어두는 것이다. 이 때, 남자아이일 경우에는 숯, 종이, 소나무 가지, 빨간 고추를 끼워둔다. 이 때 풋고추가 아닌 빨간 고추를 끼워둔다.
-고추가 남성의 생식기를 상징하므로 고추를 끼워두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왜 하필이면 풋고추가 아니라 빨간 고추를 끼워두었을까? 풋고추를 그냥 놔두면 빨간 고추가 되므로, 빨간 고추가 더 흔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빨간색이 가진 벽사의 의미 때문에 빨간 고추를 거는 것이다. (붉은 색은 태양, 불, 양기를 의미)

3. 남성의 생식기를 가리키는 또다른 이름, "고추"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의 생식기를 "고추"라고 부르기도 한다. 얇고 긴 형태가 고추와 닮았기 때문이다. 물론 얇고 긴 형태의 작물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가지도 있고, 오이도 있는데, 그 중에서 고추가 가장 닮았기 때문에 고추라고 흔히 부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고추가 곧 남성을 상징하기도 하기 때문에 고추와 관련된 다양한 용어들이 존재한다. 나무위키 등에 설명이 되어 있듯, 이른바 "남성다움"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하는 남자에게 "고추 떼라" 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남자들만 가득한 집단, 장소 등을 보고 "고추밭"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또는 부모님의 친구들을 만나면 남자 아이들에게 "얼마나 컸는지, 우리 XX, 꼬추 한번 보자~" 라는 말을 하는 것이 흔한 풍경이었다. 실제로 바지를 벗겨서 어른들이 꼬추를 만져보는 경우도 흔했다. 이러한 풍습이 생겨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고추를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랑거리로 생각하는 문화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최근에는 성교육적 목적으로 일부러 남자아이들에게 "꼬추 한번 보자~" 라고 짖꿎게 물어봄으로써 "누가 꼬추를 보여달라고 해도 쉽게 보여줘선 안된다." 라는 메시지를 남자아이들에게 각인시키기도 한다.

4. 고추와 관련된 수수께끼와 속담
-고추가 워낙 우리나라에서 흔하고 익숙한 소재이기 때문에 다양한 수수께끼와 속담 속에 등장한다. 그러나, 아래 수수께끼를 보면 솔직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고추는 처음에 초록색이고 안을 까보면 하얀 씨앗들이 있는데, 익어갈수록 붉은색으로 변하고, 씨앗도 노란색으로 변한다. 이러한 특성을 잘 알지 못하면 수수께끼를 이해하기도 힘들다.


*"여름에는 초록색 주머니에 은동전 10개, 가을에는 빨간 주머니에 금동전 10가 들어 있는 것은?" (답:고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가 떨어진다." (과거, 남자와 여자의 가사분담이 뚜렷하던 시절, 여자가 해야할 주방일을 남자가 하지 말라는 의미)
*"작은 고추가 맵다." (겉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의미)
*"작은 고추가 맵긴 한데, 수입산 고추가 더 맵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을 한번 꼬아서 웃음을 주는 농담)
*"고추밭을 매도 참이 있다." (아무리 쉬운 일을 해도 사람을 부리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
*"고추밭에 말 달리기" (고추밭을 망가뜨리는 것처럼 못된 짓을 의미)
*"눈 어둡다 하더니 다홍고추만 잘 딴다." (다른 사람이 도와달라고 하면 갖은 변명을 둘러대면서, 자신의 실속은 잘 챙기는 사람에게 하는 말)
*"된장에 풋고추 박히듯" (한 장소나 일에 틀어박히는 사람에게 하는 말)
*"고추나무에 그네를 띄고, 잣 껍데기로 배를 만들어 탄다." (말도 안되는 일을 의미)

5. 감기에 걸렸을 때 사용하는 민간요법, <고추가루를 탄 소주>
-예전에 감기에 걸리면 어른들이 "소주 한 잔에 고춧가루 타서 한잔 딱 먹고 자면 낫는다." 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것은 잠을 푹 잤기 때문에 감기가 낫는 것이지, 고춧가루 탄 소주 때문에 나은 것 같지는 않다.

-반대로, 고추와 소주를 같이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수광이 지은 <지봉유설(1612년)>에는 '술집에서 소주에 고추를 타서 팔기도 하는데, 사람들이 이것을 먹고 죽기도 한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참고 자료>

 

고추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고추 고추속의 매운 열매채소

ko.m.wikipedia.org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김치에 빠지지 않는 ‘고추’, 한국엔 언제 들어왔을까 - 헬스경향

한국인에게 빨간 김치는 없어서는 안 될 음식 중 하나다. 더불어 고추는 빨간 김치의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다. 불현듯 고추가 한국에 언제 유입됐는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면 볼수

www.k-health.com

 

금줄

부정(不淨)한 것을 금기(禁忌)한다는 뜻으로 대문·길 어귀·신목(神木)·장독 등에 걸쳐놓은 주술적인 줄. 금줄은 검줄·검석·금색·금구줄·금계줄·금기줄·건구줄·금새기·동줄·송침·새내기·

folkency.nfm.go.kr

 

기록으로 보는 오마이뉴스 10년 - 오마이뉴스

수수께끼: 늙어 고와지는 것은?답: 고추(늙어 가면서 색깔이 고와지니까)수수께끼: 늙어갈수록 정열적인 것은?답: 고추(늙을수록 빨갛게 되니까)수수께끼: 붉은 주머니에 금돈이 들어 있는 것은?

www.ohmynews.com

 

소주에 고춧가루, 감기 나을까? [명욱의 술 인문학]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 먹으면 감기가 낫는다.’ 재채기나 콧물이 나면 늘 듣는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다. 도수가 높은 소주와 고추는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준다. 그렇다면 실제로도 감기

www.segye.com

 

고추밭을 매도 참이 있다 – 다음 국어사전

1.고추밭 매기처럼 헐한 일이라도 참을 준다는 뜻으로 2.작은 일이라도 사람을 부리면 보수를 주어야 한다는 말

small.dic.daum.net

 

살림이야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뗄려야 뗄 수 없는 고추가 말글살이에도 들어왔다. 밥상이 풍성해진 만큼이나, 고추와 관련된 말도 속속 생겨난 덕이다.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엽. 조선에 초본식물 하나가

www.salims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