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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잎갈나무>를 위하여, '이 숲에 쓸모없는 나무는 없다.' Larix kaempferi (Lamb.) Carrière

식물/소나무과

by 말하는 청설모 2022. 11.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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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잎갈나무 낙엽, 직접 만져보면 꽤 부드럽다. 오른쪽 사진은 루페로 확대한 모습
일본잎갈나무 낙엽이 등산로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분류: Pinophyta 나자식물문 > Pinopsida 소나무강 > Pinales 소나무목 > Pinaceae 소나무과 > Larix 잎갈나무속

 

 일본잎갈나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산지가 일본이며, 가을이 되면 잎을 갈아버리는 나무이다. 즉, 낙엽이 지는 나무라는 뜻이다. 이 나무는 곧게 자라는 특징이 있어서 다양한 산업에 이용되었다. 기찻길을 놓을 때 침목으로 쓰고, 전봇대로 만들고, 나무젓가락으로도 만들고, 특히 광산에서 사용하는 갱목으로도 사용되었다. 

 

 안쓰이는 곳이 없었던 만능 나무, 일본잎갈나무는 태백산 곳곳에 군락이 형성되어 있다. 태백산의 일본잎갈나무는 1960년~1970년대에 녹화사업을 하기 위해 심은 것이다. 지금이 2022년이니까, 이 나무들의 나이는 최소 50살이 넘은 것들이다.

 

 태백산의 일본잎갈나무들을 두고 크게 2가지 주장이 부딪혔다. 국립공원공단과 환경부는 일본잎갈나무를 벌목한 뒤 다른 수종으로 대체할 것을 주장했다. 이 나무들이 일본산이라 국립공원의 이미지와 맞지 않다고 한다. 또한 타감작용이 강해서 다른 식생들이 자라는 것을 막기 때문에 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해 베어버리는 것이 맞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는 일본잎갈나무를 변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50만그루에 달하는 태백산 일본잎갈나무를 베어버리는 과정에서 오히려 숲이 황폐화될 수 있으며, 일제가 들여온 나무가 나쁜 것이라면 전국에 심어져 있는 아까시나무도 모두 베어버려야 맞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1904년에 일본잎갈나무가 처음 들어왔으니, 이민온지 120년이 다 된 이 나무를 이제 우리의 나무라고 말할 수 있지 않냐고 한다.

 

...

 

 얕은 식견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일본잎갈나무 군락을 없애는 것은 보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일이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1960년대~1970년대에 태백산에 일본잎갈나무를 심은 것은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부였다. 이 일본잎갈나무가 일제의 잔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우리나라의 산을 푸르게 만들기 위해 심은 나무들이기 때문이다.

 

 둘째, 태백이라는 도시도 일본잎갈나무와 인연이 있다. 예전부터 태백은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메카였다. 그리고 이 일본잎갈나무도 갱목으로 활용되며 석탄산업을 지탱한 한 구성원이었다. 태백산국립공원 근처에 석탄박물관이 있는데, 이 곳과 연계하여 일본잎갈나무를 해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일본잎갈나무도 석탄산업과 관련된 문화자원이 될 수 있다.

 

 셋째,  일본잎갈나무는 숲의 풍경을 다채롭게 만든다. 가을 무렵 태백산에 가면 황금색으로 물든 일본잎갈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일본잎갈나무의 낙엽이 바닥에 떨어지면 등산로가 마치 황금색 카펫을 깐 것처럼 변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수 있으나, 일본잎갈나무는 숲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기도 한다. 

 

...

 

 생태계를 크게 교란한다면 일정 부분 인간이 개입하여, 특정 수종의 나무를 벌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생태계가 무너져 가는 상황에서 개입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자연을 해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태백산의 일본잎갈나무가 과연 태백산의 생태계를 무너뜨리거나 크게 훼손하는 수준에 이르렀는지는 잘 모르겠다. 각종 산업에 요긴하게 써먹다가, 쓸모가 없어지니... 일본잎갈나무에게 일제의 잔재라는 프레임을 씌워 사라져야할 나무로 무리하게 낙인찍은 것이 아닌가 한다.

 

<참고자료>

 

[단독] 일본산이라는 이유로… 태백산 거목 50만 그루 벌목 위기

국립공원 승격 후 산림 훼손 논란, 수종의 11.7% 차지 日 잎갈나무 공원사무소, 토종으로 대체 계획 대부분 수령 50년·직경 1m 안팎전문가들 “한국 기후 수십년 적응 외래종 없애면 남아날 산 없

www.seoul.co.kr

 

[사설] 태백산 일본잎갈나무 벌목 계획 철회하라

태백산을 50년 넘게 지킨 거목 50만 그루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태백산국립공원 측이 “일본산 나무가 국립공원에 있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일본산 나무들의 벌목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

www.seoul.co.kr

 

국립공원 덮은 일본잎갈나무, 둘 수도 없고 벨 수도 없고 … | 중앙일보

동행한 김병부 국립공원관리공단 생태복원부 과장은 "다른 수종이 살지 못하기 때문에 국립공원에 일본잎갈나무 인공조림지가 많은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환경생태학회가

www.joongang.co.kr

 

[論단弄단] 태백산 벌목 둘러싼 편견과 오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할 수 있다. 개별 수목한테는 좋은 일이지만 숲 차원에서는 최선이 아닌 일이 있을 수 있다. 태백산 벌목이 그런 경우다. 태백산 벌목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보고

www.asiae.co.kr

 

< SNS돋보기> "멀쩡한 나무 왜 베어" vs "생태계 악영향"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태백산국립공원에 있는 50만 그루의 낙엽송(일본 잎갈나무)이 벌목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26일 온라인을 달궜...

ww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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