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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가 있고, 그 옆에 배수로가 있다. 배수로 중간 중간에는 물이 고였다가 빠져나가는 웅덩이가 설치되어 있다. 그 웅덩이에 개구리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워서 나는 점심시간마다 걸어서 이 산책로를 찾아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주간 개구리를 단 한마리도 보지 못했다.
오늘도 개구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예 카메라를 놔두고 오려다가, 혹시 몰라 카메라를 챙겼다. 가을이 완연한 산책로의 풍경을 감상하다가, 혹시 몰라 살짝 웅덩이를 살펴보았다. 웅덩이에 떠 있는 무수한 낙엽들이 계절의 변화를 말해주고 있었다. 쪼그려 앉아, 가만히 살펴보니 누군가의 통통한 뒷모습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전에 봤던 흑돌이나 무당개구리 종류가 아니라, 산개구리 종류로 보이는 녀석이 머리를 물 밖으로 살짝 내밀고 있었다. 이 녀석도 가을을 만끽하고 싶었던 것일까? 겨울잠을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햇빛을 느끼고 싶었던 것일까? 아주 오랜만에 만난 개구리가 정말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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