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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세암의 동자는 살고, <동자꽃>의 동자는 죽었을까? Lychnis cognata Maxim.

식물/석죽과

by 말하는 청설모 2023. 7. 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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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12. 강원도 정선군

 

-분류: Magnoliophyta 피자식물문 > Magnoliopsida 목련강 > Caryophyllales 석죽목 > Caryophyllaceae 석죽과 > Lychnis 동자꽃속

 

 동자꽃은 높은 산에 자라는 석죽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꽃의 모양을 자세히 보면 어버이날에 꽃집에 가면 살 수 있는 카네이션을 닮았다. 찾아 보니 카네이션도 석죽과였다.

 아무튼, 이 꽃에는 전설이 하나 내려오고 있는데, 어린 동자 스님이 죽은 자리에 핀 꽃이라서 "동자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거나 자료를 찾다보면, 동자꽃과 관련된 전설의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동자꽃 전설도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지다보면 더 조금씩 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동자꽃 전설은 이렇다. 먼 옛날, 어느 산골짜기의 암자에 스님과 어린 동자가 함께 살고 있었다. 그 아이는 스님이 마을에 내려갔다가 굶주림에 지쳐 쓰러져 있던 아이를 데려온 것이었다. 추운 겨울이 찾아오자, 스님은 창고에 비축해 놓은 식량과 뗄감을 살펴보았는데, 턱 없이 모자랐다. 스님은 할 수 없이 겨울 준비를 하기 위해 홀로 마을에 다녀오기로 하였다.

 마을로 내려간 스님은 먹을 것도 사고, 뗄감도 구한 뒤 암자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엄청난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스님은 길이 막혀 다시 암자로 돌아가지 못하고, 마을에서 며칠 동안 눈이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겨우 눈이 그치자 스님은 급하게 다시 암자로 돌아갔으나, 동자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채로 쓰러져 있었다. (어떤 자료에서는 동자가 암자 밖에 앉아 스님을 기다리다가, 앉은 채로 얼어 죽었다고 한다)

 스님은 슬퍼하며 동자를 땅에 묻어두었는데, 그 자리에 동자를 닮은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꽃의 이름을 동자꽃이라고 한다.

 

 재밌는 것은 이 전설이 설악산의 오세암 전설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 전설을 보면, 설악산의 백담사에 딸린 작은 암자에 설정 스님이 고아가 된 조카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10월 무렵, 스님은 눈이 쌓이기 전에 겨울 양식을 구하기 위해 양양의 물치 장터로 떠나게 되었다. 

 스님은 장터에서 잘을 본 뒤, 신흥사에서 하루를 묵었다. 그런데, 밤새 폭설이 내려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다, 결국 그 해 겨울을 모두 신흥사에서 보내고 말았다. 봄이 오자 스님은 암자로 향했는데, 마음 속으로는 조카가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암자에 다다르니 법당 안에서 목탁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법당 안에서는 조카가 목탁을 치며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있었다.

 스님이 조카에게 물어보니, 매일 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가 찾아와 젖을 먹여 주고 보살펴주었다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 설악산 관음봉에서 흰 옷을 입은 젊은 부인이 내려와 조카에게 "관음지기(觀音之記)'를 준 뒤 파랑새로 변해 날아갔다. 스님은 다섯 살의 어린 조카가 도를 얻었다고 생각하여 관음암의 이름을 "오세암"으로 바꾸었다. (곁다리로, 2003년에 개봉한 <오세암>이라는 영화에서는 전설 속의 동자에 해당하는 남자 주인공 길손이가 관세음보살을 만나긴 하지만, 그만 죽고 만다. )

 

 이야기 줄거리가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이야기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오세암의 동자는 살고, <동자꽃>의 동자는 죽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오세암의 전설은 관세음보살의 자비로움과 오세암의 신성함을 강조하기 위한 전설이고, 동자꽃 전설은 어린 동자승이 동자꽃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더욱 극적이고 재밌게 들려주기 위한 전설이기 때문이다. 추측일 뿐이지만, 오세암의 동자 전설이 동자꽃에 입혀지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사람이 죽어서 묻힌 곳에 꽃이 자라났다는 다른 전설의 내용을 차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전설의 유래가 어떻든 간에, 나는 이 동자꽃을 보면 나는 우리 아버지의 형, 즉 큰아버지가 떠오른다. 우리 할머니 집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너무 가난한 나머지 큰아버지를 먹여 살릴 수가 없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그대로 두면 큰아들이 굶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근처에 있는 절로 출가를 시켜버렸다.

 6.25 전쟁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서 자식을 절에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 실감이 안나지만,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다행히 우리 큰아버지는 슬픈 동자꽃 전설에 나오는 동자처럼 돌아가시지 않았고, 건강하게 잘 지내시다가 최근에 돌아가셨다. 한번도 뵌 적은 없지만, 동자꽃을 보면 큰아버지가 어떤 분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참고자료>

 

매우 슬픈...국내 애니메이션 오세암

국내에서 이미 나온지 오래된 애니메이션 영화 오세암. 이미 공중파에서도 몇 번 방송이 되었을 애니메이션...

blog.naver.com

 

폭설에 살아남은 다섯 살 아이와 오세암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설악산에 관음암(觀音庵)이라는 암자가 있다. 관음암을 오세암(五歲庵)이라고도 부른다. 설정스님은 설악산 관음암을 중수(重修)하고 고아가 된 형님의 아들과

ncms.nculture.org

 

[들꽃 이야기] 동자꽃의 전설을 아시나요 - 건치신문

▲ 천을 잘라서 만든 조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먼 옛날 강원도 어느 깊은 산골짜기 암자에 스님과 어린 동자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린 동자는 스님이 마을에 갔을 때 부모를 잃고 헤매는 것을

www.gunchinews.com

 

서봉스님 “코로나 시대 미래 고민 3040 자발적 출가 늘어”

서봉스님 코로나 시대 미래 고민 3040 자발적 출가 늘어 인터뷰

www.chosun.com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species.nibr.go.kr

 

오세암(五歲庵)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ncykorea.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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