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미나리아재비과

헬기장에서 발견한 작은 할미꽃 Pulsatilla cernua

말하는 청설모 2025. 4. 2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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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Magnoliophyta (피자식물문) > Magnoliopsida (목련강) > Magnoliidae (목련아강) > Ranunculales (미나리아재비목) > Ranunculaceae (미나리아재비과) > Pulsatilla (할미꽃속) > cernua (할미꽃)

어렸을 때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시골에 있는 할머니집에 가곤 했다. 시골 마을에는 재밌는 것이 별로 없었다. 나는 강가에 가서 돌을 던지면서 놀거나 그냥 마을길을 왔다 갔다 하면서 놀았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할머니집에서 티비를 보거나 그냥 누워 있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할머니가 나를 불렀다. 그리고 하얀 봉투를 하나 줬다. 그 봉투에는 10만원이 들어 있었다. 20년 전, 10만원은 지금보다 훨씬 큰 가치를 가진 돈이었다. 내가 받지 않으려고 하니까 할머니는 말했다. '할머니가 언제 또 용돈을 줄 수 있을지 모르니까 그냥 받아라.' 나는 그 돈을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왔다.

그런데 정말로 할머니의 말이 맞았다. 몇 년 후 치매라는 병이 할머니를 찾아왔다. 할머니는 요양원에 들어가셨고, 거의 10년 동안 요양원에서 지내시다가 돌아가셨다.

사람들에게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식물이 있다. 바로 할미꽃이다. 왜 할미꽃일까? 허리가 굽은 할머니처럼 할미꽃도 약간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할미꽃의 열매는 바람에 잘 날라가도록 하얀 털을 달고 있는데, 이 열매가 맺히면 할미꽃은 마치 백발의 노인처럼 보인다. 그래서 할미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할미꽃을 깊은 숲 속에서 보기는 쉽지 않다. 내가 할미꽃을 발견한 것도 산 중턱에 있는 헬기장이었다. 왜 그럴까? 할미꽃은 그늘에 약하기 때문에 나무 그늘이 있는 곳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그래서 햇빛이 잘 드는 헬기장이나 무덤가에서 자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작은 할미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곤 한다. 그러나 나는 이 꽃을 발견하면 꼭 쪼그려 앉아 꽃의 안쪽을 보곤 한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을 뿐, 꽃의 색깔이 참 아름답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https://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535709#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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