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반달가슴곰

한 쪽에서는 웅담 채취, 한 쪽에서는 멸종위기종 보호...<반달가슴곰>의 이야기 Ursus thibetanus ussuricus

말하는 청설모 2023. 9. 1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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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척삭동물문 > 포유동물강 > 식육목 > 곰과 > 곰속 > 반달가슴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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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구례에 가면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과 지리산생태탐방원이 있다. 지리산생태탐방원에서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덕분에, 난생 처음으로 반달가슴곰을 만날 수 있었다.

 

*반달가슴곰이 멸종 위기에 처한 이유

 일제강점기 이전만 해도 반달가슴곰은 한반도 전역에 퍼져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시행된 이른바 '해수구제사업'으로 인해 1915년부터 1942년 사이에 최소 1,093마리가 희생되었다.

 

*웅담 채취와 1988년 서울 올림픽

 우리나라에서 웅담은 각종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묘약이자, 남성의 성기능을 증진시키는 정력제로 인식되어왔다. 따라서 웅담의 인기도 높았다. 한 예로 1981년 광주에서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잡혔는데, 그 쓸개가 얼마에 팔렸을까? 무려 1,600만원에 팔렸는데, 이것은 그 당시 강남 아파트 한 채 가격이라고 한다.

 같은 해인 1981년, 정부는 외국에서 곰을 수입할 수 있게 허가했다. 주로 말레이시아와 일본 등에서 수입했는데, 이 종들은 지리산에 살고 있던 토종 반달가슴과 다른 아종에 속하는 곰들이었다.

 곰을 수입한 이유는 소득 증대를 위한 것이었다. 어린 곰을 사다가 우리나라 농가에서 키운 뒤 해외로 다시 되팔 계획이었다. 그러나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곰 사육에 대한 세계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정부는 1985년 곰 수입을 중단했다. 

 그러나 곰 수입이 중단되었을 뿐, 이미 수입된 곰들은 계속 농가에서 사육되었다. 계속 2022년 6월 기준,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곰 400여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삼이' 이야기

 '오삼이'라는 이름이 종종 뉴스에 나왔던 적이 있다. 오삼이의 진짜 이름은 KM-53. 한국에서 태어난 53번째 수컷 반달가슴곰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다. 이 이름을 가진 반달곰은 '53'이라는 숫자를 그대로 읽어서 '오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곰이 유명해진 이유는 지리산을 "탈출"하여 90km 떨어진 김천의 수도산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2017년에 수도산에서 발견된 뒤 잡혀서 지리산으로 돌려보냈고, 2018년에는 (아마도) 수도산으로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12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고, 2019년에는 아예 수도산에 풀어줬으나 경북 구미의 금오산까지 이동했다. 수도산에 여자친구가 있어서 그랬던 걸까?

 오삼이를 콜럼버스, 사고뭉치, 개척자 같은 수식어로 부르는 기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오삼이는 정말 그렇게 독특하고 유별난 반달가슴곰일까? 사람들이 보기에는 지리산을 "탈출"한 것이겠지만, 야생동물들이 사람이 그어놓은 땅의 경계를 어떻게 알겠는가? 이미 지리산이 반달가슴곰으로 포화된 상태에서, 오삼이가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반달곰의 본능이라고 볼 수 있다.

 

*오삼이는 왜 죽었나?

 그렇게 활기차게 살아가던 오삼이는 왜 죽었을까? 2023년 6월, 오삼이가 마을 주변으로 내려오자 국립공원공단에서 포획하기 위해 마취총을 쐈다. 그리고 마취총을 맞고 움직이던 오삼이는 불과 깊이가 30cm 밖에 되지 않는 웅덩이에 빠져 익사했다.

 그런데, 오삼이가 민가로 내려오는지 어떻게 알았을까? 오삼이는 3살 때 방사된 6년간 24시간 추적 대상이었다. 5살부터는 공포탄과 폭죽까지 동원하는 충돌 예방활동 대상이 되었다. 특히,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반달가슴곰이 농가에 입힌 피해의 68%가 이 오삼이 한 마리로 인한 것이었기 때문에 오삼이에 대한 관찰도 더욱 강화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반달가슴곰은 최소 85마리로 추정된다. 그 중에 오삼이처럼 위치추적기를 달고 있는 곰은 28마리인데, 나머지 57마리 이상은 추적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반달가슴곰의 숫자가 더 늘어날 것인데, 모든 곰을 붙잡아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해보인다. 100마리가 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반달가슴곰은 사람을 해칠까?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는 1970년대에 곰 증식 사업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곰에 의해 8명이 죽었다. 물론 이 숫자는 그 공원에서 익사한 사람의 15분의 1도 안되는 숫자이다.  그러나 8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 제주도에서 사육사가 반달가슴곰에게 공격받아 사망했고, 2022년에는 불법으로 반달가슴곰을 사육하던 60대 부부가 곰에 물려 죽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반달가슴곰의 위험성을 과대평가하여, 마치 사람들을 마구 공격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반달가슴곰이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반달가슴곰 복원, 계속 해야할까? 중단해야 할까?

 반달가슴곰이 완전히 멸종했었는데,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에서 곰을 외국에서 들여와 풀어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반달가슴곰은 2000년대 초반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2001년 조사 결과 지리산에 5마리 정도의 반달가슴곰이 살아남은 것으로 밝혀졌고, 그대로 두면 멸종될 것이기에 우리나라 반달가슴곰과 같은 아종인 반달가슴곰을 들여와 유전적 다양성을 증진시킨 것이다.

 국립공원공단에서는 1단계로 지리산과 덕유산에, 2단계로는 설악산과 오대산에, 3단계로는 월악산과 소백산에 반달곰을 복원하여, 최종적으로는 우리나라 남북을 광통하는 백두대간 전체에 반달가슴곰들이 살아가도록 할 계획이다.

 백두대간은 원래 반달곰의 무대였다. 20세기를 거치며 반달가슴곰은 멸종 직전까지 몰렸지만, 그것은 반달가슴곰의 잘못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에 의한 것이다.

 반달가슴곰 복원에 대한 찬반 의견은 뜨겁다.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반달가슴곰에 의해 희생될 위험이 있다면 반달가슴곰 복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 물론 그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우리나라 야생에 사는 멧돼지들은 어떤가? 멧돼지들에 의해 죽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멧돼지는 반달가슴곰에 비해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다. 2019년에 우리나라에서 사살된 멧돼지만 10만마리였다. 멧돼지에게 공격당해 죽은 사람들도 있고, 멧돼지를 사냥하려다가 실수로 사람에게 총을 쏴서 사람이 죽는 사건도 종종 생긴다. 그렇다고 멧돼지를 모두 죽이는 것이 맞을까?

 반달가슴곰은 체구가 큰 만큼 많은 엄청난 양의 열매를 먹고 씨앗을 숲 전체에 퍼뜨린다. 이를 통해 생태계가 더욱 활발해지고 건강해진다. 또, 반달가슴곰이 있으면 먹이가 겹치는 멧돼지, 고라니, 노루 등 다른 동물들의 개체 수가 조절되는 효과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계속 진행하되, 반드시 반달가슴곰의 숫자 증가와 더불어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이 더욱 보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달가슴곰이 사람을 해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반드시 강구되어야 한다. 반달가슴곰이 우리나라 생태계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만큼, 반달가슴곰 복원과 관련된 사안들은 모든 국민들이 한번쯤 깊이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2023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2023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2023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2023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2023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2023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2023

<참고자료>

 

“반달가슴곰이요? 버릴 것 하나 없이 다 먹죠”

■ "코로나엔 웅담"… '특별식사' 제공?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경기도 용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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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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